기능을 단순화한 실속형 휴대전화가 나오면서 거의 돈을 안 내고 장만할 수 있는 공짜폰이 나돌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공짜폰은 신규 가입 고객이나 이동통신회사를 바꾸는 번호이동 고객에게 만 해당되는 얘기다. 이통사들이 새 고객 확보에만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규·번호이동 땐 공짜폰 … 기존 고객엔 수십만원' 중에서 (중앙일보, 2007.4.16)
요즘 휴대전화 업계가 마케팅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고객 늘리기' 경쟁입니다. KTF가 3세대 휴대전화 서비스 가입자 확보를
위해 무선 인터넷 기능이 빠진 저가 단말기를 출시했고, 이에 대해 SK텔레콤이 2세대 저가 단말기를 내놓으면서 경쟁이
불붙었습니다.
보조금 지급 제한 규정이 지켜지고는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는 하지만, 단말기를 교체하려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무료로 새 단말기를 사용할 수 있어 좋은 '기회'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휴대전화 업체들이 이런 '공짜폰' 제공이라는 '혜택'을 기존고객이 아닌 신규가입 고객이나 번호이동 고객에게만 주고 있어 씁쓸한 기분입니다. 단골고객에 대한 대우가 말이 아닌 셈입니다.
이번 경쟁을 보면서 제가 1년여 전에 이동통신업체를 바꾸었던 기억이 났습니다. 15년이 넘게 SK텔레콤 서비스를 이용해온 '오랜 고객'이었던 저는 그 때 다른 회사로 '번호이동'을 했습니다.
오래된 단말기를 바꾸려고 알아보니, 기업들이 요즘처럼 단골고객에게는 혜택을 거의 주지 않고 신규고객에게만 '무료폰' 혜택을 주고
있었습니다. 15년이 넘게 이용했던 서비스였기에, 사실 몇만원 차이였다면 '익숙한' 서비스를 계속 이용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단말기를 단골고객에는 40~50만원에 판매하고, 신규고객에게는 '무료'로 제공하는 상황에서는 어쩔 수가 없더군요.
'오랜 친구'를 버리는 듯한 느낌이 들어 잠시 주저되기도 했지만, 가만히 보니 그 느낌은 나 혼자의 생각이었다는, 그 회사는
나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 번호이동을 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막연히 갖고 있었던 친근한 느낌은
사라졌고, 그야말로 '사무적인 관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었습니다. 물론 지금 쓰고 있는 KTF도 마찬가지이겠지요.
아마도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해본 많은 소비자들에게 이동통신회사는 서로 감정적으로 교감하는 소중한 대상이 아니라, '가격비교'를 통해 언제든지 조금이라도 싼 곳을 찾아 바꿀 수 있는 그런 가벼운 대상에 불과할 겁니다.
"꼭 너일 필요는 없어. 다른 회사가 조금이라도 싼 가격에 내가 필요로하는 기능을 제공해준다면 나는 항상 바꿀 준비가 되어 있어..."
스스로를 그 기업의 '친구'라고 생각해온 소비자, '단골고객'을 이렇듯 허무하게 놓치는, 아니 버리는 마케팅은 분명 실패하는 마케팅입니다.
당장 급해 보이는 '신규고객' 확보를 위해 '단골고객'을 홀대하는 마인드. 그것이 고객의 따뜻한 마음을 차갑게 식게 만드는 요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