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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30/自(스스로 자)

즐거운 편지

즐거운 편지 // 황동규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 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 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할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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